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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빚어낸 '생명의 신비'인 줄 알았더니..가오슝 뒤덮은 '치명적 독버섯'

기사입력 2025.08.06. 오전 09:34 보내기

일주일간 쉼 없이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가 대만 남부 가오슝 지역에 전례 없는 기이한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 도로 중앙 분리대 곳곳에서 사람 손바닥보다 훨씬 큰 거대한 흰 버섯들이 마치 숲을 이룬 듯 솟아나 시민들의 경이와 동시에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자연의 예측 불가능한 힘과 기후 변화가 빚어낸 이색적인 현상에 현지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지난 5일(현지시간), 대만 현지 매체인 ET투데이와 FTV 등은 가오슝 펑산 지구 펑난로 분기점의 도로 중앙 분리대에 대형 버섯들이 무리지어 피어난 진풍경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버섯들은 단순한 크기를 넘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둥글고 거대한 흰색 갓을 가진 버섯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신비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소셜 미디어(SNS) 상에서도 이 기이한 버섯들의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손과 버섯을 비교하며 손바닥을 훨씬 넘어서는 압도적인 크기를 실감 나게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마치 외계 식물 같다",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자연의 신비로움에 소름이 돋는다", "먹을 수 있을까?", "너무 귀엽지만 위험해 보인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 진귀한 광경을 직접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해당 도로는 순식간에 새로운 '사진 촬영 명소'로 떠올랐다. 이색적인 배경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지며 한동안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은 이 버섯이 '큰 녹색 주름버섯(Green-spored Parasol)' 또는 '녹색 포자 고리버섯'으로 알려진 '클로로필룸 몰리브다이츠(Chlorophyllum molybdites)'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 버섯은 일반적으로 지름이 10cm 이상, 큰 것은 30cm에 달하기도 하며, 버섯대는 최대 15cm까지 자라는 대형 버섯이다. 특히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급격히 성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최근 가오슝에 쏟아진 폭우가 이 버섯이 대량으로 출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버섯의 포자는 습기를 머금은 토양에서 빠르게 발아하고, 풍부한 수분과 적절한 온도는 균사체가 왕성하게 번식하며 거대한 자실체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아름답고 거대한 버섯이 치명적인 독성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클로로필룸 몰리브다이츠는 섭취할 경우 심각한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독버섯으로 분류된다. 구토, 설사, 복통은 물론, 심한 경우 탈수 증세로 이어져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이 버섯의 독소가 간이나 신장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야생 버섯의 종류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버섯 대량 출현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가오슝시청은 즉각적으로 시민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시청 관계자는 "도로변에 자란 버섯 중 일부는 독성이 매우 강하므로 절대로 채취하거나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또한 "만약 해당 버섯을 발견할 경우 직접 만지거나 제거하려 하지 말고, 즉시 시청에 신고하거나 관련 부서에 연락하여 안전하게 처리해 줄 것"을 안내했다. 시청은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필요시 버섯 제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버섯 대량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만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에 있다. 대만은 지난 7월 초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가오슝을 비롯한 대만 남부 지역에 약 2주 동안 끊임없이 비가 쏟아졌다. 특히 중부 및 남부 지역에는 7일 연속으로 폭우가 이어졌는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2755.5㎜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수량을 기록하며 38년 만에 7일 연속 폭우 기록을 세웠다. 이는 1987년 이후 가장 긴 연속 강우 기록으로, 기상학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엄청난 양의 비가 땅속 균류 포자를 활성화시키고, 습하고 따뜻한 환경이 유지되면서 거대한 버섯들이 급격히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형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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